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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나누다

고골의 외투

by 성실한 남자 2020.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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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수한 인간, 그 사람의 순수한 열망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수많은 인간 군상에 관한 이야기. 그 당시 러시아 사회의 모습들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하급관리이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사람이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조롱하고 모욕해도 묵묵히 아니, 즐겁게 몰입하며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삶은 단조로웠으나, 그 단조로움은 곧 행복이었다.

 

평범한 나날들 속에 작은 변화, 아니 결국엔 큰 변화를 야기한 사건이 생겨난다. 그의 외투는 너무 낡아서 수선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을 위해 수선공을 찾아갔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새 외투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의 형편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외투를 수선하고자 한다. 하지만 수선공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반복했고, 주인공은 결국 새외투를 장만하기로 결심한다.

 

 

갖은 노력을 시도한다. 저녁마다 마시던 차를 끊고, 촛불도 켜지 않고, 구두 밑창이 빨리 닳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걷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궁핍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정신적으로는 더욱 충만해지고 있었다. 눈에서는 총기가 돌았다. 인생에 활력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행운도 그의 편이었다. 국장은 그의 예상보다 큰 금액을 보너스로 주었다. 모든 것들이 순조로웠다. 늘 평온하던 그의 심장이 뛰기 시작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고, 그를 축하해준다. 하지만 그의 행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를 위한 파티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에 강도를 만나게 되고, 외투를 빼앗기고 만다.

 

그 후 외투를 찾기 위해 온갖 시도를 다 해보지만, 어느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았고 결국 그는 병에 걸려 사망하고 만다그 후 유령이 되어 그 도시에 출몰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고관이 외투를 가져간 후부터 서서히 사라지게 된다.

 

 

그에게 외투는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늘 반복되던 삶에 만족하던 그에게 외투는 무엇이기에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하고, 죽어서도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에게 외투는 물질 이상의 것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향해 그토록 열망하고 기대했던 적이 없던 그였다. 새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그는 인생의 반려가 함께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간직할 수 있었다. 그에게 새 외투는 평범한 사람들이 바라고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총 합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도 순수한 그였기에 그럴 수 있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작품 내내 이야기 전개의 묘사가 탁월하게 뛰어나다. 누군가 자세하게 이야기해주는 방식으로 인해, 우리는 편안하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작품은 한 주인공의 이야기로 전개되지만, 주변 인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역시 디테일하다. 인물들을 통한 그 당시 러시아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모습에 대한 풍자와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당시 사회의 이야기다. 작은 작품이지만, 커다란 세계를 품고 있는 이야기다. 어느 한 부분도 놓치거나 버릴 것이 없다. 빈틈없이 꽉 채워있는 느낌이다. 드러남이 없는 듯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만의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그 당시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그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겉모습의 시대만 변했을 뿐, 속살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는 말에 동의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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