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자이살메르에서의 낙타사파리

by 성실한 남자 2020. 2. 27.
728x90
반응형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며칠 동안 델리와는 다른 자이살메르에서의 여유를 만끽하며 사막투어를 기다렸다.

델리와는 정말 달랐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델리와는 달리, 이곳은 평온한 느낌이 물씬하였다.

숙소도 마음에 들었다. 깨끗한 편이었고, 루프탑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한 달 동안 인도 여행을 하며 가본 루프 탑 중에서는 최고였다. 

꽤 널찍했고, 뷰가 아주 좋았으며, 바닥에 누워 방석과 쿠션들과 한 몸이 되어 뒹굴뒹굴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다만 원숭이가 무서워서 베란다 쪽 문을 마음껏 열 수 없었다. 원숭이가 방에 들어오면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가끔 빨랫줄에 걸어놓은 여행자들의 빨래를 원숭이들이 가져간다는 말을 들었다.

원숭이가 할퀴어서 상처 난 사람도 보았다. 그들은 손오공의 후예이니 조심해야 한다.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의 말들은 동일했다.

밤에 정말 추워요. 핫팩을 챙겨가요. 별이 쏟아져요. 장난 아니에요. 별똥별들을 엄청 볼 수 있어요. 

다들 만족스러워했다. 점점 기대가 되었다. 

 

 

투어를 떠나기 전날 밤에 누워서 낙타 사파리 투어를 검색해 보았다. 어느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그 사람은 사막투어를 간 그날 사막에 비가 왔다고 한다. 2년에 한 번 내리는 비가 자신이 간 날에 왔다는 것이다.

이불속에서 키득키득 웃었다. 어찌 그리 운이 없을까.

두 달에 한 번도 아니고, 2년에 한 번 오는 비를 맞으셨다니 사막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이로구나 생각하며, 소풍 전날 밤의 소년 같은 표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그룹이 만들어졌다. 모두 한국인들로 이루어졌다.

숙소 직원들은 우리를 차에 태우고 사막을 향해 신나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무슨 아라비아 음악 같은 요상한 음악을 크게 틀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황무지를 질주했다.

한참을 달려가니 저 멀리서 낙타 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낙타는 꽤 컸고, 낙타는 우리를 싣고 터벅터벅 목적지로 데려 갔다.

이놈들은 출렁출렁 걸으면서 대, 소변을 다 해결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수시로 싸면서 갔다. 

 

 

바람이 심상치 않다. 하늘은 흐릿흐릿하고, 바람은 거세게 분다. 어제까지만 해도 쨍쨍했는데...                               

 

사막에 도착했다. 생전 처음으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이 몸이 처음으로... 사막이란 곳에 왔다. 

TV에서만, 영화에서만 보던 사막에 도착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영화나 티비에서 보던 그런 사막은 아니었다. 

모래 언덕이 끝없이 이어진 것은 아니고, 적당한 규모로 모래 언덕이 형성되었다. 그 주변은 황무지였다. 암튼 신기했다. 

인도인 낙타 몰이 꾼이 우리의 노숙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곳엔 족히 15년 이상은 빨지 않은 듯해 보이는 이불들이 있었다.

 

 

음... 뭐 이제 이 정도는 적응되었다. 더러움과 비위생과 친숙해지지 않으면 인도 여행은 힘들어진다.

인도 여행자로서 첫 번째 갖춰야 할 덕목이다.

좀 전에도 낙타 몰이꾼이 목에 두르고 연신 땀을 닦던 스카프로 자연스레 불판을 닦고 요리를 하는 것을 보고도 그 음식을 먹고 오지 않았던가. 

 

일체유심조. 원효대사의 해골 물을 인도에서 수시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그분의 깨달음을 나도 인도에서 깨달았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어둑어둑해질 때쯤 낙타 몰이꾼은 모닥불을 피워주었고, 우리는 원으로 빙 둘러앉았다.

쿠킹 호일로 덮인 치킨들이 모닥불 안으로 던져졌다.

 

그런데...

 

날씨가 왜 이러는가.

바람이 여전히 많이 분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