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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나누다

권여선 작가 강연회를 가다

by 성실한 남자 2020.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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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여선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주제는 ‘고독과 결핍’이었다.

강연을 들어보니 ‘고독과 결핍’은 결국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자세라고 할 수 있었다.

왜 하필 고독과 결핍일까. 고독을 굳이 삶의 모토로 살아갈 필요가 없으며, 결핍을 추구하며 살 이유는 절대 없다.

 

결핍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들은 갖가지 욕망을 추구하며 살고 있고, 고독에 휩싸이지 않으려 관계를 맺고, 여러 울타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고독과 결핍은 무엇인지 궁금하였다.

 

작가가 말하는 ‘고독’은 ‘고립’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자발적 고립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외로움이 싫고, 고독이 싫어 그것을 채워나가고자 다양한 관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런 관계들로 인해 때로는 또 다른 고통과 외로움을 맛보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관계를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을까.

작가의 표현대로 일부러 모든 관계를 끊을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자신에게 힘겨움을 주는 관계라면 과감히 연을 끊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도 역시 나이가 들면서 피상적인 관계에 대한 허무함을 많이 느끼곤 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행복하고, 관계 때문에 힘들다. 인간관계는 참 힘들다. 기쁨도 사람들도 인해 얻고, 상처도 사람들에게 받는다. 그래서 요즘 치유에 관한 다양한 에세이가 인기를 얻고 있나 보다.

 

 

작가는 ‘고독’을 나와 내가 맺는 관계라고 표현했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라는 것이다. 자기가 자기 자신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 자기의 안부를 끊임없이 묻는 것. 그것을 ‘고독’이라 표현하였다.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그냥 멍 때리고 있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안부를 계속 물어보라는 것이다.

 

자신의 현재 마음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질문을 하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교감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하고 기쁘게 사는 것이라는 하였다. 자신이 자기 자신과 관계가 좋아야, 남들과의 관계도 좋아진다고 말하였다. 맞는 말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어떻게 타인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예전부터 나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지만, 지속적으로 유지하지는 못했다. 자신을 끊임없이 자책하는 사람은, 타인을 향해서도 그런 시선을 견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너그럽고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그런 넓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멍 때리기는 내 특기인데 이제부터 부질없는 망상들은 그만하고 내 자신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좋은 관계 형성에 힘써야겠다.

작가는 자기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안부를 물어봄으로써 순간순간 기쁨을 경험한다고 했다.

 

작가는 그런 ‘고독’을 실천하기 위한 지침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첫째는, 휴대폰 꺼놓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최소한 자기 전 30분 전부터는 휴대폰을 꺼놓는다는 것이었다. 나는 휴대폰과 함께 일어나고, 휴대폰과 함께 잠 드는데... 굳이 필요도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말이다. 종종 나는 휴대폰의 노예로 사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아마 현대인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둘째는, 독서라고 하였다. 책을 읽다보면 책의 인물들과의 교감도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큰 기쁨을 얻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것은 실천해 왔고, 앞으로도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작가는 ‘결핍’을 추구하며 산다고 했다. 말이 좀 웃기게 들릴 것이다. 결핍을 추구하다니. 내가 보기에 작가는 물욕은 별로 없어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 작가가 말한 대로,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각이니 취할 것만 취하라고 하였는데 그러면 될 것 같다. 무엇을 구입할 때도 그 가격은 자신의 노동의 가치로 환산을 해본다고 한다. 그러다보면 굳이 구입할 마음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행에 관심도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렇게 된 김에 앞으로 해외여행을 한 번도 안 가본 유일한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냥 본인은 앉아서 술 먹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였다. 강연 내내 술 얘기가 꽤 많이 나왔다. 일주일에 세 번 술 먹는 날을 지정해 놓았다고 했다. 술은 오직 소주면 되고, 시장가서 그날의 안주감을 골라서 해먹는 게 소확행이라 했다.

 

 

강연은 아주 재미있었다. 작가의 여러 엉뚱한 표현과 발상들로 인해 강연 내내 꽤 많이 웃었다.

본인은 진지하게 말하지만 그 표현들의 특이함에 청중은 많은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특이한 분임에는 틀림없다. 알고 지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지금껏 술 먹고 하도 진상 짓을 많이 부려서, 본인은 절대 고상한 척을 할 수 없다며(질의 응답시간에 어떤 청중이 작가분이 서울대를 나오셔서 정말 놀랐다는 질문에 한 대답), 그래도 요즘은 주사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든지(작가는 이때 주사가 향상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함).

정말 엉뚱하고 특이한 분이었다. 덕분에 유쾌했다.

작가는 32살에 등단하였으나, 40이 될 때까지 글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글을 못 쓴다는 평을 받으며 어디에서도 청탁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다 39살쯤인가 어디에서 청탁이 들어왔는데 마지막이다 싶은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한다. 그 글을 마지막으로 학원 강사로 먹고 살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마지막이라 생각하는 글을 쓰면서 매우 큰 기쁨을 느꼈고, 그 글이 반응이 좋아서 40이후부터 제대로 글을 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8년간의 생활도 돌이켜보면 다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인생에 낭비는 없다,라는 말을 하였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인생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미래를 모두 안다면 재미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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