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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치앙마이 한 달 살기 -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할까

by 성실한 남자 2020.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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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을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댈 수도 있고, 무언가에 몰두하며 열심히 지낼 수도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듯이,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기간을 머무르지만 저마다의 원하는 바는 다를 것이고, 삶의 모습도 다를 것이다.   

 

치앙마이는 아무것도 안 하는 장소가 맞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장기거주자들에게는 그렇다.

디지털 노마드족이 되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가서 열심히 일을 하거나, 모든 것을 잊고 뒹굴뒹굴하며 한량이 되어 이곳 생활을 만끽하거나, 보통 둘 중에 하나다. 

치앙마이는 흔히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 불린다.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에 가보면 노트북으로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는 서양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 그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이 든다.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일할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멋진 일인가.

물론, 그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일단 영어학원에 등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 연습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외지에서 말이 통하는 한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혼자만의 시간도 좋지만 낯선 곳에서의 장기 거주이기에, 친구가 없다면 심심하기도 하고 외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인터넷에서 영어학원에 대한 정보들을 구했다. 내가 거주하는 님만해민에 꽤 영어 학원들이 있었다.

도장깨기 하듯 영어 학원을 순례하였다. 그룹수업도 있고, 일대일 수업 형태의 학원도 있었다.

가격은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서울의 보통 학원들보다 약간 싼 정도였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기에, 그룹 수업을 진행하는 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시간은 오전 10시. 두 시간 수업. 매일 매일.

그럼 나머지 시간은 무얼 하며 보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가서 멍도 때리고, 이렇게 글도 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보였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칫하면 넘치는 시간에 치여 그 또한 스트레스와 우울함으로 다가올 것 같았다.

치앙마이 대학교를 가 보았다. 이곳에서도 영어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치앙마이 대학교 랭귀지 스쿨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고 등록을 하였다.    

자 이제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세팅이 되었다. 몸이 쉴 수 있는 공간도 구했고, 규칙적인 생활을 도와줄 수 있는 학원 등록도 마쳤다. 이제 본격적인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학원 오전 수업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방지할 수 있어서 나름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내고 학원을 등록하니 무언가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었지만, 살포시 무시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학원의 용도는 공부가 아닌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장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만남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게으름과 여유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하며 이곳 생활을 영위할 것이다.

치앙마이에서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다면 이곳에서 장기로 거주할 이유가 없다.

철저히 시간 뽀개기를 해도 괜찮은 곳이다.

그것이 이곳에서 열심히 사는 아름다운 모습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러니 치앙마이에서 한달살이를 하시는 분들은 맘껏 나태해지고, 늘어져도 좋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 찾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그것을 하면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그렇듯 이곳에서의 생활도 정답은 없다.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 삶의 형태를 찾아서 시간을 영위하면 된다.

 

느릿느릿한 발걸음. 그것이 치앙마이에서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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