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으로서 최초로 아카데미 수상을 해낸 우리의 봉준호 감독.
드디어 해냈다. 한국이 해냈다. 한국과 아시아의 경사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영화마다 수작이었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만 흥행에 실패하고, 그 이후의 모든 영화들은 다 흥행에 성공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그리고 '기생충'.
오늘은 그 중에서 영화 '괴물'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 한다.
소재부터가 한국영화에서는 생소하고 특이하다. 괴물을 소재로 나온 한국영화는 거의 전무했었다.
주로 헐리우드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봉준호는 해냈다.
그것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시도했고 성공했다.
보통 괴물을 소재로 한다하면 인간과 괴수의 맞대결. 선과 악의 대결. 흥미진진한 액션신으로 영화가 이루어진다.
괴물은 인간 세계를 파괴시키고 인간은 이에 맞서며 결국에 승리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보편적인 서사다.
봉준호는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괴물이란 소재를 가지고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괴물에 관한 이야기 이긴하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결국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괴물은 중요한 도구이지 중심에 서 있지 않았다.
봉준호 스타일의 유머가 곳곳에서 발현된다. 진지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지만 봉준호는 유머를 놓지 않는다.
그런 그의 독특한 화법은 그의 영화 전부에서 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평범한 가족을 본다. 서로 다투고 챙기고 우스꽝수러운 모습을 자아내는 흔히 볼 수 있는 가족말이다.
약간은 모자른 듯한 아빠 역의 송강호. 아들에 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진 할아버지 역의 변희봉. 백수에 성질도 좋지않은 삼촌 역의 박해일. 촉망받는 양궁선수이나 중요한 시합 때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배두나. 그리고 괴물에게 납치된 고아성.
이들이 보여주는 불협화음은 보는 내내 웃음과 허탈함을 자아낸다. 관객은 한 계단 높은 시점에서 이 가족을 바라보게 된다. 안타까운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 가족. 그들이 딸을 찾기를 바라고 딸은 무사히 구출되기만을 바라보며 숨죽이고 이 영화를 보게된다.
이 영화는 오래 전에 미군이 독극물 실험을 하고 한강에 그대로 방류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출발한다.
커다란 국가적 이슈다. 그 행위가 괴물을 출현시켰고 그로 인해 평범한 삶을 침범받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엔딩은 결국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생기고 그것은 새로운 출발을 암시한다.
괴물이 나타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만 새로운 가족 구성원과 함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단순한 괴물 영화도 평범한 가족 영화도 아니다.
괴물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가족이라는 평범한 소재와의 결합을 봉준호는 색다른 스타일로 재구성했다.
그러기에 관객은 몰입했고 이 영화에 찬사를 보냈다.
매번 새로움과 그 이상의 영화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봉준호 감독.
그의 도약은 어디까지 일까. 동시대인으로서 지켜보는 것이 감사하고 흥미롭다.
*2006년 7월 27일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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