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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비오는 사막 자이살메르

by 성실한 남자 2020.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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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 블로그를 본 것이 잘못인 걸까. 아니면 이렇게 될 줄 알고 그 블로그를 읽었던 걸까.

자신이 낙타 사파리 가는 날에 2년에 한 번 온다는 비가 왔다는 글을 전날 읽고 왔는데, 그것은 결국 계시가 되었다.

왜 수많은 낙타 사파리에 관한 글 중 나는 그 글을 읽은 것일까. 왜...   

 

모닥불을 피고 일행들이 빙 둘러앉아서, 모닥불 속에서 호일에 쌓인 채 구워진 통닭을 각자 뜯고 있던 중, 

후드득후드득. 비가 오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게 바람이 불고, 하늘이 어둑어둑하더니... 결국 비가 온다.

이게 뭐지? 혹시, 비? 그렇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은 사막.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으리라. 벼르고 별러서 온 인도 여행에서, 크나큰 기대를 품고 온 낙타 사파리에서 비를 맞게 될 거라곤 누구도 기대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전날 밤에 그 블로그 글을 읽고 웃기만 했을 뿐, 내가 가는 날에 비가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모두들 황당해했다. 밤하늘엔 별도 별로 없었고, 비는 사막을 적시고 있고.

우리는 사막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비는 많이 오지는 않았다. 한동안 가볍게 내리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내리다가를 반복하였다.

처음 만난 우리들은 이런 추억을 본의 아니게 함께 공유하게 되었다.

어이없는 불청객, 비를 소재로 한껏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한번 자이살메르에 오라는 하늘의 계시라고 말이다.

그 후로 매년 다시 인도를 가는 것이 마음속의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자이살메르에 가서 다시 한번 낙타 사파리에 도전하여, 사막에서 노숙을 하며 쏟아지는 별들을 바라보는 바람이 간직되어있다.     

흠뻑 젖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젖은 15년은 족히 묵었을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일행들은 다 같이 나란히 누웠다.

다행히 깊은 밤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별들은 볼 수 없었다. 날씨 맑은 날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정도였다.      

 

- 앗, 별똥별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나는 눈을 감고 있다가, 급하게 눈을 떴다. 한참을 별똥별이 떨어지기를 눈을 말똥말똥 뜨고 기다렸다. 별똥별은 다시 오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다시 소리들이 들린다. 별똥별이다!라고. 

다시 눈을 뜨고 기다렸다. 그러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별똥별을 봤다는 말들이 들린다. 결국 나는 한 개의 별똥별도 보지 못했다.

괜찮다. 이곳에 다시 올 거니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쏟아지는 별들을 보러 이곳에 온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고 간다. 나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했다.

사막에서 비를 맞는 경험. 비에 젖은 침낭 안에서 자는 경험.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오직 선택받은(?) 소수의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그렇게 위안 아닌 위안을 한다. 

 

 

인도 땅은 넓고 갈 곳은 많다. 나는 다시 올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은 거다.    

한국에 온 이후로 그 일행 중의 몇 명이랑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기도 했다가 연락이 흐지부지 해졌다.

그들도 어딘가에 가서 말할 것이다. 나는 사막에 가서 비를 맞았다고 말이다.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고 있겠지.      

그렇게 나는 인도 여행의 두 번째 도시에서 평생 잊지못할 추억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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