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양조위, 장만옥.
그 이름만으로도 분위기가 매력이 물씬 풍기는 배우. 배우로서의 아우라와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배우들이다.
그리고 시대를 풍미했던 왕가위 감독.
중경삼림, 동사서독, 해피투게더 등의 영화를 만들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독특한 그만의 영화 세계를 정립한 감독이다.
그들이 만든 영화는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꼽히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 리마스터링을 통해 영화관에서 재개봉되었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는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하면 바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고 감미로웠다.
옆집에 사는 부부. 그 부부 중에 한쪽의 남편과 한쪽의 부인이 바람이 났다. 나머지 부인과 나머지 남편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거의 동시에 둘이 깨닫게 된다.
양조위와 장만옥은 혼란에 빠지고 벌어진 사실을 부인하려 한다. 동병상련의 처지.
그렇게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불륜이 아니다. 처음에는 비극적이고 슬픈 상황을 함께 맞이하고, 그것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비운의 관계로 그들의 만남은 시작된다. 그리고 서서히 또 서서히 그들은 가까워진다.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공감대가 형성되며 둘은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아진다. 무협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양조위를 장만옥이 도와주기도 한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이 그들의 관계는 이어진다.
왕가위만의 미장센이 이 영화의 슬픔과 비극을 극대화한다. 엄청난 아우라가 있는 두 배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왕가위 감독. 가슴을 파고드는 음악과 스타일리시한 화면은 관객의 마음을 조여 온다..
그들은 함께 있는 시간을 그리워하고 서로를 원하지만, 그리고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 그것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름의 감정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어떠한 스킨십이나 노골적인 애정 표현도 없다. 팽팽한 줄을 서로 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영화 내내 팽배하다. 마치 그 줄을 놓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 영화는 나의 인생영화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너무도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다.
이제 다시 그들의 그 시절의 영화를 볼 수 없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가위 감독의 영화도 이젠 나오기 힘들 거고, 매력 절절 넘치는 양조위와 장만옥의 그 시절의 연기도 이젠 볼 수 없다.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화양연화는 花樣年華 인가 보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
그들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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