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봄의 절정인 시기입니다.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신록이 찬란한 시기입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야외활동을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지요. 5월에는 어딜 가도 마음이 들뜨고,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게 만드는 시기입니다.
5월에 가볼만한 국내 여행지 5곳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원주 미로 예술시장 -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길
원주 중앙시장 2층에 있는 미로 예술시장은 말 그래도 미로와 같기에 길을 잃기에 딱 좋습니다. 좀 아이러니하죠. 길을 잃는 게 뭐가 좋냐고.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미로 같은 공간에 한 번쯤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스마트폰이면 어디서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기기에 의존하는 버릇이 생겼죠.
이곳에서는 스마트폰으로도 미로를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오직 우리의 두뇌와 직감에 의해 가능합니다. 그냥 아무 곳이나 발길 닿는 곳으로 가기 바랍니다. 그럼 생각도 못한 새로운 곳을 만나고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원주 중앙시장은 1970년에 건립되었습니다. 그때 건축한 2층짜리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재건축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1층은 주단 가게와 옷 가게, 음식점 등이 모여있는 전통시장이고, 2층은 카페와 공방,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공간입니다.
시장의 2층은 2010년대 들어서 문화 관광형 시장과 청년몰 사업에 선정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미로 예술시장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2층은 미로처럼 이어지고 오래된 가게와 새로 생긴 가게가 기분 좋게 함께 합니다. 발걸음 닿는 대로 구경하기 편한 대로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가게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이색적인 시장 체험을 하고 싶으시면 원주 미로 예술시장을 가보세요. 진화하는 시장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2. 원주 레일파크
원주의 또 다른 명소입니다. 원주 미로 예술시장도 거의 방치된 공간을 활용해서 재탄생한 케이스인데요. 원주 레일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선 폐선 구간에 들어섰는데요. 간현역과 판댕역 사이 7.8km를 오가는 코스로, 주변의 경치가 아주 볼만합니다.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으로 갔다가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레일바이크 이용 구간의 대부분이 내리막이라서 힘들지 않고 운행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명물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도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감상할 수 있고, 섬강, 소금산 등이 어우러진 산수화 같은 풍경과 테마별로 꾸민 터널을 지나면서 색다른 경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3. 익산문화예술의 거리 - 전북 익산시 중앙로
2000년대 익산시가 낡고 버려진 상점을 문화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으로 빌려줬습니다. 그때부터 갤러리와 공방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익산아트센터가 운영하는 Go100 Star에 익산 근대역사관이 들어서면서 이 근방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익산 근대역사관은 1922년에 세운 익산 중앙동 구 삼산의원(등록문화재 180호)을 옮겨 개관했습니다. 삼산의원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 김병수가 주인입니다. 그는 군산과 서울 등에서 만세 운동을 주도해서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삼산의원을 개원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못 받는 백성들을 돌보았고, 한국전쟁 때는 부산에서 군의관으로 활약했습니다.
Go100 Star는 잠옷을 빌려 입거나 앙증맞은 소품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프러포즈의 방, 사랑의 감옥 등 테마도 다양합니다. '사랑의 등기서'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커플, 부부 등록증을 발급해줍니다.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익산문화예술의 거리 골목마다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 가득합니다. 라디오 스튜디오 '이리 블루스'에서는 DJ가 신청곡을 받아 음악을 틀어주고, 옛 교복이나 개화기 의상을 빌려 입고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맛집 또한 많습니다. 5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잇는 '신생 반점'은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된장 짜장을 제공하고, '솜리당'은 제과 제빵이 특산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빵을 만들어 줍니다. 단팥빵은 1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해서 판매합니다. 어느 정도의 인기인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4. 여주 한글 시장
여주 한글 시장은 말 그대로 한글을 주제로 한 시장입니다. 여주에는 세종대왕의 무덤인 영릉이 있습니다. 시장에는 곳곳에 한글을 형상한 조형물과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벽화가 들어서 있습니다.
여주 한글 시장은 5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1구역은 여주시청 입구에서 시작하고, 4구역까지 차례로 이어집니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양옆에 골목이 연결되는데, 벽화를 보려면 2구역과 3구역 사이를 찾으면 됩니다. 이곳에는 세종대왕의 업적을 표현한 벽화가 있습니다. 탄생부터 즉위, 측우기 제작, 훈민정음 창제까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재미있게 묘사해 놓았습니다. 4구역으로 가면 열심히 사군자를 그리는 진지한 모습의 세종대왕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여주 한글 시장에는 간판이 대부분 한글로 되어 있습니다. 노브랜드나 배스킨라빈스와 같은 영어 간판도 모두 한글로 바꿨습니다. 시장 입구 바닥에 훈민정음이 새겨져 있고, 하늘에 알록달록한 한글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한글이 미술 작품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5. 여수 고소동 천사 벽화골목
고소동은 오래된 자연부락이었는데,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주민과 여수시가 함께 낙후된 달동네에서 벽화마을로 변모시켰습니다. 총길이가 1115m, 9개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골목을 걸으면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는 여수 통제이공 수군 대첩비(보물 571호)와 타루비(보물 1288호), 바다를 바라보는 카페, 마실 나온 주민, 만화가 허영만 화백의 작품 주인공 등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이죠. 골목 모퉁이를 돌다 보면 탁 트인 여수 앞바다와 돌산대교, 거북선대교 등을 조망할 수 있는데, 그 모습이 그림과 같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가 그려진 7구간 담벼락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고소대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소대는 이곳에 있었다는 고소정에서 비롯한 이름인데, 여기에 여수 통제이공 수군 대첩비와 타루비가 있습니다.
수군 대첩비는 1615년 충무공의 전승을 기념해 세운 것이고, 타루비는 이순신 사후 5년이 되는 1603년에 수군들이 이순신 장군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입니다. 뜻깊은 장소이니 꼭 방문하셔서 그 마음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어찌 보면 아직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 위주로 설명되었습니다. 그만큼 독특한 재미와 볼거리가 있는 곳들입니다. 새롭게 발견하는 여행지는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푸르른 5월. 아름다운 국내 여행지에서 몸과 마음의 힐링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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